“친한 사이인데 계약서까지 써야 하나요?”
동업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계약서 작성을 권하면 돌아오는 가장 흔한 반응입니다. 오히려 계약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 불신을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변호사로서 수많은 동업 분쟁을 다뤄본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계약서는 신뢰를 깨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지키는 장치입니다.
지난 두 편의 칼럼에서 우리는 동업의 법적 성격과 해산·청산 절차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동업을 시작할 때 반드시 계약서에 담아야 할 내용과,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수들을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계약서가 없으면 생기는 일
실제 상담 사례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두 친구가 함께 카페를 열었습니다. A는 자금 1억 원을 투자했고, B는 카페 운영 경험이 있어 실무를 맡았습니다. 서로 오랜 친구였기에 “이익이 나면 반반 나누자”는 말만 하고 계약서는 쓰지 않았습니다.
6개월 후 카페는 적자에 빠졌습니다. A는 “내가 돈을 더 많이 냈으니 손실도 내가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B는 “이익을 반반 나누기로 했으니 손실도 반반”이라고 맞섰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임대료와 재료비를 B가 자기 카드로 결제했는데, A는 “그건 B가 개인적으로 쓴 돈”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결국 둘은 법정에서 만났고, 오랜 우정은 깨졌습니다.
이 모든 분쟁은 계약서 한 장으로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명확한 약정이 있었다면 각자의 권리와 의무가 분명했을 것이고, 다툼도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계약서는 사이가 좋을 때 만드는 보험입니다. 사이가 나빠진 후에는 이미 늦습니다.
1.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라
계약서의 가장 첫머리에 들어가야 할 내용은 “우리 관계가 무엇인가”입니다.
이것은 1편에서 강조했던 조합과 대여의 구별과 직결됩니다.
- 조합계약: “본 계약은 민법상 조합 계약이다”라고 명시하면, 나중에 일방이 “이건 빌려준 돈이니 갚으라”고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 대여 계약: 반대로 만약 정말 대여 관계라면 “본 계약은 금전소비대차 계약이다”라고 써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이 부분을 애매하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과 을은 상호 협력하여 사업을 영위한다”는 식의 표현만 있고,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해석을 놓고 다툼이 생깁니다. 법원도 계약서의 문구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실제 관계를 종합적으로 봅니다. 그러나 명확한 문구가 있으면 그것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2. 출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어라
각 조합원이 무엇을 얼마나 출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갑은 금 1억 원을 2024년 1월 15일까지 을의 OO은행 계좌로 송금한다”처럼 금액, 시기, 방법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 잘못된 예: “을은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출자한다.”
- 올바른 예: “을의 기술 출자는 금 3,000만 원으로 평가하며, 1일 8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출자는 꼭 돈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부동산이나 차량 같은 현물도 출자할 수 있고, 노무나 기술도 출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갑은 금 5천만 원을 출자하고, 을은 카페 운영 노하우와 1일 8시간 근무를 출자한다”는 식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노무나 기술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는 실수가 “을은 기술을 출자한다”라고만 쓰고 그것의 가치를 정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나중에 이익이나 손실을 분배할 때 “을의 기술이 3천만 원 상당이니 출자 비율은 5대 3이다” 같은 다툼이 생깁니다. 처음부터 “을의 기술 출자는 금 3천만 원으로 평가한다”고 명시해야 합니다.
또한 추가 출자에 대한 규정도 필요합니다. 사업 중간에 자금이 더 필요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조합원이 비율대로 추가 출자해야 하는지, 일부만 출자하면 지분이 변경되는지, 출자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를 정해야 합니다.
3. 손익 분배와 손실 부담을 명확히 하라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는 대부분 계약서에 씁니다. “순이익의 60대 40으로 분배한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손실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입니다.
민법 제724조 제2항은 손익 분배 비율에 관한 약정이 없으면 출자 가액에 비례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런데 이익 분배 비율과 출자 비율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앞의 예처럼 갑이 돈을 더 많이 내고 을이 노무를 내는 경우, 이익은 반반 나누기로 했다면 손실도 반반일까요?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분쟁이 생깁니다. 따라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각 조합원은 출자 비율에 따라 부담한다” 또는 “손실도 이익 분배 비율과 동일하게 부담한다”고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한 쪽이 유한책임을 지기로 했다면 반드시 써야 합니다. “갑의 손실 부담은 출자금 범위 내로 한정한다”는 식입니다.
정산 주기도 정해야 합니다. “매 분기 말일 기준으로 손익을 계산하여 익월 15일까지 분배한다”처럼 구체적으로 쓰면, 나중에 “언제 돈 받을 수 있냐”는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사업 초기에는 재투자가 필요하므로 “영업이익의 50%는 재투자하고 나머지만 분배한다”는 조항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4. 의사결정 구조를 설계하라
누가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가도 중요합니다. 모든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하면 신중하지만 느립니다. 반대로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을 주면 빠르지만 위험합니다.
실무에서 많이 쓰는 방법은 사안별로 의사결정 방식을 나누는 것입니다. 일상적인 운영은 대표 조합원이 단독으로 결정하고, 중요 사항은 조합원 과반수 또는 전원 동의로 결정하는 식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요 사항”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것입니다.
“중요 사항은 전원 동의를 요한다”고만 쓰면, 무엇이 중요한지를 놓고 다툼이 생깁니다. 대신 “다음 사항은 조합원 전원의 서면 동의를 요한다. 가. 부동산 매매 나. 1천만 원 이상의 차입 다. 신규 직원 채용 라. 사업장 이전”처럼 구체적으로 나열해야 합니다.
정기 회의 규정도 유용합니다.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오후 7시에 정기 회의를 개최하며, 전월 손익 보고 및 당월 사업 계획을 논의한다”는 식으로 정하면, 자연스럽게 소통과 정보 공유가 이루어집니다. 회의록 작성 의무도 규정하면 더 좋습니다.
5. 탈퇴와 제명 조항을 구체화하라
2편에서 설명했듯이 조합원은 탈퇴할 수 있고, 다른 조합원을 제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민법에는 추상적인 규정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절차는 없습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명확히 정해두어야 합니다.
탈퇴 요건을 정해야 합니다. “조합원은 3개월 전 서면 통지로 탈퇴할 수 있다”는 식입니다. 급작스러운 탈퇴를 막기 위해 예고 기간을 두는 것이죠.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탈퇴하여 조합에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 책임을 진다”는 조항도 가능합니다.
제명 사유도 구체적으로 열거해야 합니다. “출자 의무 불이행”,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 “6개월 이상 업무 태만”, “조합원 간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 같은 사유를 나열하고, “제명은 다른 조합원 전원의 동의로 한다”는 식으로 절차를 정합니다.
탈퇴나 제명 시 지분 정산 방법이 핵심입니다. “탈퇴 또는 제명된 조합원은 탈퇴일 현재 조합 재산을 기준으로 자기 지분을 정산받는다. 정산금은 탈퇴일로부터 3개월 내 지급한다”는 식입니다. 여기서 “조합 재산”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정해야 합니다. 장부상 자산인지, 시가인지, 감정평가를 받을 것인지를 명시해야 합니다.
6. 경업 금지와 비밀 유지 의무를 규정하라
동업 중이거나 탈퇴 후에 같은 업종의 경쟁 사업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조합원은 재직 중 및 탈퇴 후 2년간 동일 상권에서 동종 업종의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경업 금지 조항을 넣을 수 있습니다.
다만 경업 금지는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유효합니다. “탈퇴 후 10년간 대한민국 전역에서 모든 음식업을 할 수 없다”는 식의 과도한 제한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기간은 통상 1~3년, 지역은 같은 상권 정도가 적절합니다.
사업상 비밀 유지 의무도 규정합니다. “조합원은 재직 중 및 탈퇴 후에도 사업상 알게 된 영업비밀, 고객정보, 제조방법 등을 제3자에게 누설하거나 자신의 영리를 위해 사용할 수 없다”는 식입니다. 위반 시 손해배상 책임도 명시하면 실효성이 높아집니다.
7. 해산과 청산 규정을 만들어라
조합 전체를 정리하는 해산 사유와 절차도 정해야 합니다. 민법에는 “부득이한 사유”라는 추상적 표현만 있는데, 계약서에서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다음 각 호의 사유가 발생하면 조합은 해산한다”고 쓰고, “가. 조합원 전원의 합의 나. 사업 목적의 달성 또는 달성 불능 다. 연속 12개월 영업손실 발생 라. 사업장 임대차 종료 또는 인허가 취소”같은 사유를 나열합니다. 이렇게 구체화하면 “아직 해산 사유가 아니다” 같은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청산인을 누구로 할 것인지도 정합니다. “해산 시 갑을 청산인으로 한다” 또는 “조합원 과반수 결의로 청산인을 선임한다”는 식입니다. 청산인의 권한과 의무, 보수도 정할 수 있습니다.
청산 절차의 큰 틀도 제시하면 좋습니다. “청산인은 조합 재산을 환가하여 채무를 변제하고, 잔여재산을 출자 비율에 따라 분배한다. 청산인은 매월 청산 진행 상황을 다른 조합원에게 서면으로 보고한다”는 식입니다. 이런 규정이 있으면 청산 과정에서 불신과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8. 분쟁 해결 방법을 정해라
다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미리 정할 수 있습니다. “본 계약과 관련한 분쟁은 우선 조합원 간 협의로 해결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에 의한다”는 식입니다.
중재는 소송보다 빠르고 비공개로 진행되므로 사업상 분쟁에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다만 중재 판정에 불복하기 어려우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관할법원을 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본 계약과 관련한 소송의 관할법원은 대전지방법원으로 한다”는 식입니다. 조합원들이 서로 다른 지역에 살 때 유용합니다.
변호사가 드리는 실무 팁
계약서를 작성할 때 몇 가지 실무상 조언을 드립니다.
- 먼저 인터넷에서 찾은 계약서 양식을 그대로 쓰지 마십시오. 표준 양식은 참고용일 뿐, 여러분의 사업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여러분의 구체적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가능하면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십시오.
- 애매한 표현을 피해야 합니다. “적절히”, “상당한”, “협의하여” 같은 모호한 표현은 나중에 해석을 놓고 다툼이 됩니다. “1천만 원 이상”, “조합원 과반수 동의”, “서면으로” 같은 구체적 표현을 쓰십시오.
- 숫자와 날짜는 명확히 써야 합니다. “5백만원”보다는 “금 오백만 원 정(₩5,000,000)”처럼 한글과 숫자를 병기하면 더 안전합니다. 날짜도 “2024년 1월 15일”처럼 구체적으로 써야 합니다.
- 계약서는 각 조합원이 1부씩 보관해야 합니다. 한 부만 만들어서 한 사람이 보관하면, 나중에 “계약서를 보여달라”는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작성 즉시 복사해서 각자 보관하고, 가능하면 공증까지 받으면 더 확실합니다.
- 계약서는 한 번 쓰고 끝이 아닙니다. 사업 환경이 바뀌면 계약 내용도 바뀌어야 합니다. “조합원 전원의 서면 합의로 본 계약을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고, 실제로 변경이 필요하면 변경계약서를 작성하십시오.
마치며
“계약서를 쓰자고 하니까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까봐 걱정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오히려 이렇게 제안하십시오. “우리 사이를 지키기 위해서 계약서를 씁시다. 나중에 혹시 모를 오해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좋은 계약서는 분쟁을 예방합니다. 각자의 권리와 의무가 명확하면 서로 존중하게 되고, 다툴 일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계약서가 없으면 사소한 오해가 큰 분쟁으로 번지고, 결국 법정에서 만나 더 큰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동업은 결혼과 비슷합니다. 사랑만으로는 부족하고, 서로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오래 갑니다. 계약서는 그 역할을 정해주는 약속입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제대로 된 계약서로 시작하십시오.
※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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