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협동조합에서 택시를 운전하던 기사 두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조합 측은 “당신들은 근로자가 아니라 조합원이니까, 이건 해고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사건은 지방노동위원회부터 대법원까지 다섯 번의 판단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법원마다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사실관계가 달라서가 아니라, 사건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3두54914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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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부당해고 사건, 무슨 일이 있었나

출자금을 내고, 택시를 몰고, 총회에서 손을 들었습니다

甲과 乙은 각각 약 2,500만 원의 출자금을 내고 택시 협동조합의 정조합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이들의 일상은 단순했습니다.
조합이 배정한 택시를 몰고, 운송수입금을 조합에 납입하고, 정산된 급여를 받는 것.

그런데 이 조합이 해산하면서 사업 전체를 새로 설립된 협동조합에 넘기게 됩니다.
사업면허, 택시 35대, 차고지, 사무비품 — 거의 모든 것이 그대로 넘어갔고,
조합원 대부분도 새 조합에서 동일하게 택시를 운전했습니다.

그런데 甲과 乙은 빠졌습니다.
새 조합은 이 두 사람의 출자금 반환 채무를 인수하지 않았고,
2021년 2월 27일 “택시 운전을 그만하라”고 통보했습니다.
甲과 乙은 다음 날 차량 열쇠를 반납했습니다.

같은 사건, 다섯 번의 판단 — 프레임이 바뀌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처음 세 번: “이 사람들은 근로자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2021. 5.), 중앙노동위원회(2021. 7.), 대전지방법원 1심(2022. 11.)은 모두 같은 결론이었습니다.

甲과 乙은 근로자이고, 이 통보는 택시기사 부당해고다.

1심 법원은 특히 구체적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단순히 출자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택시를 운전했고,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었으며, 일한 대가로 급여를 받았고,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으며, 복무와 징계에 관해 조합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업양도 부분에 대해서도, 사업면허·택시·차고지·조합원 대부분이 그대로 넘어갔으니 영업양도에 해당하고,
일부 근로자를 승계에서 빼는 것은 해고와 같으므로 정당한 이유가 필요한데 그런 이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여기까지는 프레임이 일관되었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일했는지를 보자”는 노동법의 전통적인 시각입니다.

네 번째: 대전고등법원 — “잠깐, 이 사람들은 조합원이기도 하다”

대전고등법원(2023. 9.)에서 판세가 뒤집혔습니다.
2심은 1심을 전면 취소하고, 甲과 乙은 근로자가 아니며, 택시기사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이 새롭게 도입한 시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단순한 택시기사가 아니라, 자기 돈을 투자하고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조합원이다.”

같은 사실관계를 이 프레임으로 다시 읽으니 해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배차시간 안에서 영업과 휴식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다 → 자율적으로 사업을 영위한 것이지,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다.
직접적인 지휘·감독이 없었다 →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가 아니라는 증거다.
총회에서 해산 결의에 참여하여 의결권을 행사했다 → 조합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 것이므로, 조합이 이들에 대해 사용자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계약서에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명시되어 있다 → 협동조합이라는 특수한 형태를 감안하면, 법 회피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근로관계 승계 문제에서도 2심의 논리는 독자적이었습니다.
만약 근로관계가 승계된다면, 甲과 乙은 출자금을 내지 않고도 택시를 운행하여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됩니다.
다른 조합원들은 모두 출자금을 냈는데, 이 두 사람만 공짜로 같은 이익을 누린다면 — 그것은 협동조합의 운영 원리에 맞지 않고, 다른 조합원들과의 공정성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납득이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함께 출자하고 함께 운영하는 조직입니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지위를 일반 회사의 근로자와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2심은 정면으로 물음을 던진 것입니다.

다섯 번째: 대법원 — “두 가지 지위는 별개다”

대법원(2026. 1. 29.)은 2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이 취한 접근은, 2심이 제기한 물음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질문 자체를 재설정한 것에 가깝습니다.

2심은 “이 사람들은 조합원이기도 하고 근로자이기도 한데, 두 지위가 뒤섞여 있으니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접근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분리했습니다.

조합원으로서의 지위와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서로 다른 법률관계이고,
하나가 다른 하나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새로운 법리가 아닙니다.
회사에 출자한 주주이면서 동시에 그 회사의 근로자일 수 있고, 이사로 선임된 임원이면서 동시에 근로자일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원칙을 협동조합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이 프레임을 세운 뒤, 대법원은 근로자로서의 지위만을 독립적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러자 같은 사실이 다시 다르게 읽혔습니다.

사용계약에서 정한 운행일, 배차시간, 영업시간, 만근일, 휴가일수, 기준금, 고정급, 초과수입 배분비율, 결근 시 허가 요건과 징계 규정 — 이 내용들은 일반 택시회사가 취업규칙으로 정하는 근로조건과 실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실시간 지휘·감독이 없었다는 점도, 택시운전이라는 업무가 사업장 밖에서 이루어지는 특성 때문이지 종속성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일반 택시회사 소속 기사도 실시간 감독을 받지 않지만, 근로자입니다.

기준금 구조도 중요했습니다.
매일 110,000원(교대제 기준)의 기준금을 납부해야 했으므로, 형식적으로는 운행 여부가 자유로웠지만
그 금액을 벌기 위해 일정 시간 이상 운행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사실상 구속된 상태였습니다.

대법원의 결론은 이랬습니다.

甲·乙이 일하던 방식은 일반 택시회사 소속 기사의 근로조건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근로관계 승계 문제에서도 같은 논리가 관철되었습니다.
출자금 반환 채무를 인수하지 않았다는 것은 조합 관계에 관한 사정이지, 근로관계를 끊는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2심이 우려한 “출자금 없이 택시를 모는 불공정” 문제는,
조합 관계에서 별도로 해결할 문제이지 근로관계의 존부를 좌우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판결이 던지는 메시지

계약서에 뭐라고 적혀 있든, 조직의 이름이 무엇이든,
실제로 일하는 방식이 근로자와 같다면 근로자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택시기사 부당해고, 내 상황에도 적용될까

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면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계약 문구가 있더라도, 실제 운행 조건·보수 구조·복무규율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해산·사업양도를 앞두고 있다면
조합원 중 일부를 배제하는 것은 조합 관계의 정리가 아니라 해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출자금 문제와 근로관계 문제를 분리하여 대응해야 합니다.
사업을 양수하는 입장이라면
기존 사업체의 근로자 전원에 대한 근로관계가 원칙적으로 승계됩니다. 일부를 배제하려면 정당한 해고 사유와 서면통지 절차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 글은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3두54914 판결을 바탕으로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된 법률 정보입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법률 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