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살던 집을 팔고 새 집으로 갈아탔습니다.
그런데 새 집에는 세입자가 살고 있어 당장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세입자가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이사했을 뿐인데,
국세청은 약 3억 9천만 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미 폐지된 규정 하나가 부른 일입니다.
1심과 2심은 납세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결론은 정반대였습니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왜 판단이 갈렸는지,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서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일시적 1세대 2주택 비과세 — 신규 주택 전입요건 사건
1심·2심: 원고 승소 → 대법원: 파기환송
먼저, 일시적 2주택 비과세와 전입요건
집을 갈아탈 때 새 집을 먼저 사고 옛집이 늦게 팔리면, 그 사이 잠깐 2주택자가 됩니다.
세법은 이런 사정을 배려해, 일정 기간 안에 옛집을 팔면 양도세를 비과세해 주는 ‘일시적 2주택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때 여기에 까다로운 조건 하나가 붙어 있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전입요건입니다.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집은 새 집을 산 날로부터 1년 안에 세대 전원이 이사하고 전입신고까지 마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요건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실거주 목적의 평범한 이사까지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결국 2019. 12.부터 2022. 5.까지 약 2년 5개월간만 시행된 뒤 폐지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바로 그 짧게 존재했던 요건이 적용되던 시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세입자가 있으면 전입을 미뤄주는 특칙
새로 산 집에 세입자가 살고 있으면 1년 안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법은 단서 조항을 두었습니다. 취득 당시 임대차가 남아 있으면, 전입 기한을 그 임대차 종료일까지(최대 2년 한도) 미뤄주는 것입니다.
다만 단서에는 분명한 제한이 있었습니다.
“신규 주택 취득일 이후 갱신한 임대차계약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구입니다.
이 한 줄의 해석이 이 사건의 운명을 갈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사실관계
원고(이하 ‘甲’)는 1999년 양천구 아파트를 사서 20년 넘게 보유했습니다.
2020년 9월, 甲은 그 종전 주택을 매도하는 한편, 배우자와 함께 마포구의 새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甲은 새 집을 산 당시, 같은 단지의 다른 호실을 임차해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새로 산 집에는 별도의 세입자가 이미 살고 있었습니다(임대차 종료 예정일 2021.10.9.).
甲이 거주 중이던 그 임차 호실의 종료일은 2022년 6월 7일이었습니다.
甲은 새 집의 기존 세입자와 “계약갱신 청구 없이 2022년 6월 7일에 집을 비워준다”는 약정을 맺었고,
그날 새 집으로 이사해 전입신고를 마쳤습니다. 새 집을 산 지 약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1심·2심 vs 대법원 — 판단이 갈린 지점
1심·2심: “실질을 보면 1세대 1주택이다”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모두 甲의 청구를 받아들여 부과처분을 취소했습니다.
하급심이 든 근거는 여러 갈래였습니다.
특히 2심은 한 가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단서는 ‘취득 후 갱신한 계약’만 인정하지 않을 뿐, 갱신 없이 종료일만 합의로 다소 연장한 경우까지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법원: “기준은 ‘취득 당시’ 존속하던 계약의 종료일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이 주목한 것은 “어느 시점의 임대차냐”였습니다.
대법원은 단서가 말하는 ‘그 임대차기간이 끝나는 날’이란,
새 집을 취득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때 이미 적법하게 체결되어 존속하던 임대차계약의 원래 종료일을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취득한 이후에 세입자와 임대차기간을 연장하거나 갱신하기로 한 약정에 따른 종료일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단서 중 “취득일 이후 갱신한 임대차계약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바로 이 취지를 확인하는 규정이라고 보았습니다.
형식이 ‘갱신’이든 ‘연장 약정’이든, 취득 후에 당사자가 새로 만든 종료일이라면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甲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기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했는지 여부도,
이 전입요건 충족 판단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쟁점 | 1심·2심 | 대법원 |
|---|---|---|
| 해석 방식 | 입법 취지·실질 중심 (투기 목적 유무 고려) | 법문 중심의 엄격해석 (특혜규정은 좁게) |
| ‘갱신 없는 명도 약정’ | ‘갱신’이 아니므로 단서가 금지하지 않음 | 취득 후 만들어진 종료일이므로 기준 불가 |
| 기준 종료일 | 연장된 2022.6.7. | 취득 당시 존속하던 계약의 원래 종료일 |
| 임대인 지위 승계 | 승계 사정을 해석에 반영 | 전입요건 판단과 무관 |
| 결론 | 부과처분 취소 (원고 승) | 원심 파기·환송 |
왜 대법원은 이렇게 좁게 보았을까
세금을 깎아주는 규정, 특히 특혜에 가까운 비과세 규정은 법문 그대로 좁게 해석한다는 것이 조세법의 오랜 원칙입니다.
만약 취득 후 세입자와 자유롭게 종료일을 정해도 봐준다면,
사실상 납세자가 전입 기한을 늘렸다 줄였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비과세 혜택의 문이 지나치게 넓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법원은 ‘취득 당시’라는 기준선을 분명히 그은 것입니다.
세입자 때문에 전입이 미뤄지는 혜택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집 살 때 이미 정해져 있던 임대차 종료일”입니다.
취득 후에 세입자와 명도 시점을 새로 합의했다면,
그 형식이 ‘갱신’이든 ‘연장’이든 비과세 요건을 채우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이 판결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전입요건 자체는 이미 폐지되어, 지금 집을 갈아타는 분에게는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은 여전히 중요한 두 가지를 일러줍니다.
이 사건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이긴 납세자가 대법원에서 결론이 뒤집힌 사례입니다.
사정이 딱하다는 것과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세금이 걸린 거래일수록, 결정을 내리기 전에 법 조문이 요구하는 기준을 먼저 확인하고, 최대한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서울행정법원 2024구단6033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누4540 판결 및 대법원 2026두30078 판결을 바탕으로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된 법률 정보입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부동산·조세 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신가요?
수억 원의 세금이 걸린 문제일수록, 혼자 판단하기보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짚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같은 듯 보이는 사안도 사실관계의 작은 차이 하나로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내 상황에 이 판결이 적용되는지 궁금하시다면, 전문가와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